신장이 15%만 남아도 증상을 못 느낀다는 말, 믿으시나요? 저도 처음엔 과장이라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40대를 바라보면서 고지혈증과 혈압약을 복용하던 중, 밤에 소변을 자주 보고 거품이 많이 생기는 증상을 경험했습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병원을 찾았고, 다행히 신장에는 이상이 없었지만 그때 깨달았습니다. 신장병은 정말 조용히 찾아온다는 사실을 말이죠.

신장병, 왜 증상 없이 진행될까
일반적으로 신장은 두 개니까 하나가 나빠져도 괜찮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제 경험상 이건 정말 위험한 착각입니다. 신장 기능은 사구체여과율(GFR)로 측정하는데, 여기서 사구체여과율이란 신장이 1분당 얼마나 많은 혈액을 거를 수 있는지 보여주는 지표입니다(출처: 대한신장학회). 신장 기능이 15~20%까지 떨어져도 대부분 환자는 증상을 느끼지 못합니다. 신장 내 사구체라는 미세한 필터가 손상되어도 남은 사구체들이 보상작용을 하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사구체란 모세혈관이 뭉쳐진 구조로, 혈액 속 노폐물을 걸러내는 핵심 장치를 말합니다. 문제는 한번 손상된 사구체는 재생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실제로 아침에 멀쩡하게 출근했다가 회사에서 쓰러져 응급실로 실려 온 환자가 검사 결과 신장 기능이 5%도 남지 않은 상태였다는 사례도 있습니다. 저는 이런 이야기를 듣고 나서야 정기 검진의 중요성을 절실히 느꼈습니다.
신장병의 주요 조기 증상은 다음과 같습니다.
- 한밤중에 소변을 자주 보게 되는 야간뇨
- 소변에 거품이 많고 쉽게 사라지지 않는 단백뇨
- 눈 주변이나 손발이 붓는 부종
- 혈압이 갑자기 상승하거나 불안정해지는 현상
- 전신 가려움증과 만성 피로감
짠 음식과 칼륨, 신장의 숨은 적
한국인은 세계보건기구(WHO) 권장량의 3배에 달하는 소금을 섭취합니다(출처: 질병관리청). 저도 평소 국물 요리를 좋아해서 하루 나트륨 섭취량이 높은 편이었는데, 건강검진 후 식습관을 바꾸기 시작했습니다. 과도한 염분 섭취는 체내 수분과 염분 양을 증가시켜 심박출량을 변화시키고 혈압을 상승시킵니다. 여기서 심박출량이란 심장이 1분 동안 내보내는 혈액의 양을 의미하는데, 이 수치가 높아지면 혈관에 부담이 가중됩니다. 고혈압이 지속되면 신장의 사구체 모세혈관이 높은 압력을 받아 혈관 벽이 두꺼워지고, 결국 신장 기능이 떨어집니다. ~라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는데, 저는 실제로 저염식을 실천하면서 부종이 줄어드는 것을 경험했습니다. 특히 한국 음식은 뜨거워서 짠맛을 잘 못 느끼고, 김치나 장류처럼 세포 내에 소금이 이미 들어간 음식이 많아 염분 섭취량을 과소평가하기 쉽습니다. 칼륨 역시 주의해야 할 영양소입니다. 칼륨은 심장 근육의 수축과 이완에 영향을 미치는데, 신장 기능이 저하된 환자가 과일이나 생채소를 과도하게 섭취하면 혈중 칼륨 농도가 급격히 상승해 부정맥이나 심장마비를 일으킬 수 있습니다. 제 지인 중에도 신장 질환이 있는 분이 주스를 마셨다가 응급실에 실려간 경우가 있었습니다. 염분과 칼륨을 줄이기 위한 실천 방법은 다음과 같습니다.
- 조미료는 작은 숟가락 기준 소금 3분의 1, 간장 1, 된장·고추장 큰 숟가락 2분의 1 이하로 사용
- 채소는 2시간 이상 물에 담가 칼륨을 빼고 끓는 물에 데쳐서 조리
- 고구마·시금치·양송이버섯·토마토·바나나 대신 식빵·숙주·팽이버섯·사과·포도 선택
- 국물 요리는 건더기만 먹고 국물은 최소화
정기 검진으로 신장 지키기
일반적으로 신장병은 초기 증상이 없어 늦게 발견된다고 알려져 있지만, 제 경험상 정기 검진만 꾸준히 받아도 조기 발견이 가능합니다. 국가건강검진에는 소변검사와 혈액검사가 포함되는데, 여기서 크레아티닌 수치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크레아티닌이란 근육에서 만들어져 신장으로만 배출되는 물질로, 이 수치가 높으면 신장 기능 저하를 의심할 수 있습니다. 사구체여과율(GFR)은 1단계부터 5단계로 구분됩니다. 1단계는 신기능이 90% 이상으로 정상이지만 단백뇨나 혈뇨 등 이상 소견이 있는 상태입니다. 3단계부터는 신기능이 60% 미만으로 떨어져 신기능 저하가 시작되고, 4단계(30% 미만)부터는 빈혈, 골다공증 같은 합병증이 나타납니다. 5단계는 신기능이 15% 미만인 말기 신부전으로 투석이나 이식이 필요한 단계입니다. 저는 작년에 소변 거품과 야간뇨 증상으로 병원을 찾았을 때, 혈액검사와 소변검사를 동시에 받았습니다. 다행히 크레아티닌 수치는 정상 범위였고 단백뇨도 없었지만, 그 경험 이후로 6개월마다 정기 검진을 받고 있습니다. ~라는 의견도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45세 이상이라면 1년에 한 번은 반드시 신장 기능 검사를 받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신장 기능은 나이가 들면서 자연적으로 감소하는데, 45세 이후부터는 1년에 약 1%씩 사구체여과율이 줄어듭니다. 90세가 되면 60% 정도의 신기능도 정상 범위로 볼 수 있을 정도입니다. 단백질 섭취 역시 조절이 필요합니다. 단백질은 대사 후 신장을 통해서만 배출되는 노폐물을 만들기 때문에 과도한 섭취는 신장에 부담을 줍니다. 신장병 환자의 경우 생선 작은 것 한 토막, 두부 5분의 1모, 달걀 1개, 소고기 50g 정도가 적당합니다. 특히 양질의 단백질인 소고기 살코기를 선택하는 것이 좋습니다. 건강은 건강할 때 지키는 것이라는 말을 이제야 실감합니다. 고지혈증과 고혈압으로 약을 먹으면서도 식습관을 제대로 관리하지 않았던 과거를 반성하게 됩니다. 지금은 술과 고기를 줄이고 채소와 건강한 단백질 섭취에 신경 쓰고 있지만, 솔직히 이건 예상 밖으로 어렵습니다. 하지만 신장병은 한번 나빠지면 되돌릴 수 없다는 사실을 알고 나니, 지금의 작은 불편함이 미래의 큰 후회를 막는 길이라고 스스로를 다독입니다. 여러분도 오늘부터 정기 검진과 저염식 습관을 시작해 보시길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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